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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걷기 새 코스] 월출산 ‘기찬묏길’에서 氣 채우세요!

파도와 2012. 11. 20. 21:14
[걷기 새 코스] 월출산 ‘기찬묏길’에서 氣 채우세요!
1구간 5.5㎞ 개방…풍수지리에서 가장 기 센 지역으로 꼽아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기(氣)가 센 산은 계룡산으로 알려져 있다. 계룡산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가 최고의 명당으로 꼽아 조선 도읍으로 정하려고 했던 산이며, 한때 무속인들이 계룡산의 기를 받으러 전국에서 모여들기도 했다.

그러나 풍수지리에서 기가 센 산으로는 단연 영암 월출산을 꼽는다. 조선시대 지리학자이자 풍수가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월출산을 ‘화승조천(火乘朝天)의 지세’라고 했다.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이라는 말이다.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으면 어느 정도일까?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기다.

또 있다. <동국여지승람>에선 영암이란 지명이 ‘3개의 신령스런 바위가 있는 지역’이란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신령스런 바위가 있다는 얘기는 ‘영험한 기가 많이 흐른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 (위) 월출산 정상에서 바라본 영암. 화승조천 지세의 월출산 암봉과 드넓은 영암평야 가운데 영암읍내가 둥지같이 자리 잡고 있다. (아래) 월출산 암봉에서 나오는 기를 받으며 걷는 길인 기찬묏길을 올 7월 초 처음으로 개방해 새로운 걷는 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조용헌은 자신의 책 <사주명리학 이야기>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조선시대 남자들이 모이는 사랑채에서는 <정감록>이 가장 인기 있는 책이었고, 여자들이 거처하는 안방에서는 <토정비결>이 가장 인기였다는 이야기는 바로 풍수도참과 사주팔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풍수에서는 산의 형체를 오행의 형태로 설명한다. 종교인들이 기도를 하면 기도발이 잘 받는 산을 화체(火體)의 산이라 한다. 불꽃처럼 끝이 뾰쪽뾰쪽한 산이 화체의 산으로 영암 월출산이 대표적이다.’

‘화승조천의 지세’나 ‘화체의 산’은 육산(肉山)에서는 불가능하다. 맥반석으로 된 화강암 바위산이라야만 가능하다. 실제 기가 얼마나 센지 영암군에서 수맥전문가나 풍수학자를 동원해서 조사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자료는 없지만 눈에 보일 정도로 기가 느껴졌다고 한다.

그러면 기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이 그 기를 받으려고 부산하게 움직일까?

몇 가지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관선군수 시절 부군수가 새벽에 1000번 월출산에 오르면 군수로 승진한다는 말이 돌았다. 실제로 1000번은 아니더라도 100번 올라 산악회에서 기념패를 받은 군수가 있다고 한다. 현 김일태 군수도 매일 월출산 언저리를 밟는다. 그가 직접 만든 ‘기찬묏길’을 걷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흡족할 뿐 아니라 주민들의 사정을 파악하고 더욱 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김 군수도 최소 3개월에 한 번씩 천황봉에 오른다고 했다.

▲ (좌) 대나무와 참나무 사이로 놓인 돌포장길을 따라 걷고 있다. 기찬묏길은 돌길, 벽돌길, 흙길, 나무데크길, 자갈 같은 작은 돌길 등 다양한 길로 조성돼 있다. (우) 남부지방에서 드문 적송 군락지가 길 양옆에 있는 기찬묏길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이 구간은 벽돌길로 조성했다.

월출산에는 각종 기이한 바위들이 즐비하다.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뜨겁게 포옹하는 듯한 사랑바위, 남성의 생식기같이 생긴 남근바위, 바로 건너편에는 여근바위 등 기의 본질과 관련된 바위가 많다.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기가 넘치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기를 구할 때는 대부분 출세를 원하거나 후손을 바랄 때다. 출세나 자식은 에너지의 충만으로 해결된다. 우뚝 솟은 각종 바위는 기가 솟는 듯한(실제 솟게 하는지도 모른다)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청춘남녀에게 뜨거운 사랑을 주기엔 부족함이 없다. 이 모든 것이 월출산의 힘이고, 기의 힘이다.

월출산이 주는 그 힘과 아름다움은 예로부터 많은 문인의 작품과 칭송의 대상이 돼왔다. 고려시대 시인 김극기는 “월출산의 많은 기이한 모습을 실컷 들었거니와 그늘지면 개이고 더우면 그늘지는, 추위와 더위가 서로 알맞은 산이로다”라고 예찬했다. 조선시대 김시습도 “남쪽 고을의 제일가는 그림 같은 산이 있으니, 그곳의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으로 오르더라”고 노래했다. 윤선도도 <산중신곡>에서 구름 걸친 월출산을 신선이 노는 ‘선경’으로 표현했다.

영암군은 이 넘쳐흐르는 기를 어떻게 활용할까 장기간 고민에 빠졌다. 지역 출신 석학들을 초청해 싱크탱크를 만들어 이미지 메이킹 연석회의도 여러 번 열었다. 그 결과 몇 개 개념으로 정리했다. 왕인 박사·도선 국사 등을 배출한 유서 깊은 역사와 전통의 정기(精氣), 월출산 자연환경에서 느끼는 신기(神氣), 가야금 산조 등을 태동시킨 문화의 창조적 역량을 지닌 생기(生氣), 대불자유무역지역 등 동북아 물류거점으로의 활기(活氣) 등으로 개념화했다. 이 추상적 개념을 관광자원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걷기 새 코스] 월출산 ‘기찬묏길’에서 氣 채우세요!
1구간 5.5㎞ 개방…풍수지리에서 가장 기 센 지역으로 꼽아
흙길·돌길·데크·자갈 등 다양한 길로 조성

현 김일태 군수가 나섰다. 월출산이 가진 기를 길로써 표현하고자 했다. 영암읍 개신리 천황사 입구에서부터 미암면 미암리 흑석산 산림욕장 일원까지 40㎞에 이르는 거리를 다섯 구간으로 나눠 ‘월출산 100리길 기(氣)체험 산책로’로 조성하기로 하고, 그 이름을 ‘기찬묏길’로 붙였다.

1구간은 천황사 주차장에서 기찬랜드까지 6.7㎞를 영암군의 ‘기(氣)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거리로 정했다. 2구간은 기찬랜드에서 월암마을까지 7.9㎞로 가야금 김창조 선생과 월출산 12대 기암, 한옥과 장승, 영암도기를 체험하는 ‘문화체험’의 거리로 명명했다. 3구간은 월암마을에서 학산 용산마을까지 7.8㎞로 왕인 박사와 도선 국사의 삶을 살필 수 있는 ‘역사 체험’의 거리로 조성키로 했다. 4구간은 용산마을에서 학산 학계마을까지 8.9㎞로 월출산과 영암의 자연 및 생태를 즐기는 ‘생태 체험’의 거리로 만들기로 했다. 5구간은 학계마을에서 미암 두억마을까지 산림욕과 영암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오감체험’의 거리로 만들어, 모든 구간을 올해부터 2013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방키로 했다.

그 첫 단계 사업인 탑동약수터가 있는 탑동삼거리에서 기찬랜드까지 5.5㎞를 지난 7월 초 공개했다. 천황사에서 탑동약수터까지 1.2㎞는 내년까지 완성키로 하고 곧 정비작업에 들어간다.

영암군에서는 이 기찬묏길을 월출산 100m 이하 지역에 만들었다. 100m 이상 지역은 국립공원관리지역으로, 길을 조성하려면 여러 부처와 여러 단계의 협의를 거쳐야 하므로 공사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영암군청의 기찬묏길 조성 담당자인 이선규(오른쪽)씨와 유미아씨가 길에 대해 설명하면서 걷고 있다.

기찬묏길을 지도상으로 보면 전부 100m 이하 지역에 절묘하게 그려져 있다. 영암군청 도시개발과 이선규(52)씨와 유미아(39)씨가 담당이었다. 미혼여성인 유미아씨가 공사 실무담당자였고, 이선규씨는 그 업무를 상부에 보고하는 직속 상사다. 특히 유씨는 여성의 몸으로 공사를 직접 관리·감독하며 밤늦게까지 작업이 진행될 때에도 항상 현장을 지키는 열의를 과시했다. 유씨는 손때가 흠뻑 묻은 그 5.5㎞ 구간을 동행하며 일일이 설명했다.

탑동약수터 삼거리는 호젓한 숲길이다. 여기서부터 기찬랜드가 있는 용추폭포까지가 이번에 개방한 코스다. 원래 출발지인 천황사 주차장에서부터 탑동약수터까지 1.2㎞ 구간은 아직 숲 그대로였다. 지도상에 노선만 확정하고 정비작업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다. 그 숲으로 길을 낼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닦일 길을 뒤로 하고 걷기 시작했다.

요즘 어느 숲이든 매미 우는 소리가 극성이다. 우아한 소리가 아니라 시끄럽게 느껴진다. 여기도 예외가 아니다. 귀를 울리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첫발을 내디딘 길은 돌포장길이다. 옛날 우리 길이었던 박석포장이 아니고 큰 돌을 깔고 주변 공간은 시멘트로 채운 길이다. 운치는 떨어지지만 깔끔한 맛은 있다.

돌포장길이 끝나면 시멘트길, 흙길, 자갈길, 나무 데크, 다리, 다져지지 않은 작은 돌길, 벽돌길 등 5.5㎞ 구간에 걸쳐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길이 널려 있다. 맨발로 걷는다면 마사지가 아니라 지압효과를 단단히 거둘 수 있다. 작은 돌길은 발바닥 군데군데를 눌러 주고, 조금 아프면 흙길로 가고, 그러다 넓은 돌길로 걷다 발이 뜨거우면 나무 데크로 옮겨 바로 식힐 수 있다. 공사책임자 유미아씨가 여성으로서의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인지, 하다 보니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다.

소나무 숲길이 끝나자 대나무 숲이 나왔고, 참나무 숲도 그늘을 가려줬다. 다양한 나무들이 아직 치열한 삶의 경쟁을 벌이는 숲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텃밭에선 할머니가 땡볕 아래 허리 숙여 고추니 호박을 열심히 다듬고 있었다. 텃밭 너머로 영암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드넓은 영암평야 속에 읍내가 둥지를 튼 모습이다.

기찬묏길 옆으로 가끔 야생화가 눈에 띈다. 숲, 물, 바위와 더불어 시름을 잊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준다. 월출산의 기가 숲, 물, 바위, 그리고 길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하다. 자연이 주는 신선함으로 갑자기 몸이 짜릿짜릿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기찬묏길인가.

▲ 계곡에는 나무다리를 놓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했다.
남부지방서 드문 적송 군락지도 보여

쉼터와 정자도 여러 군데 있다. 어디서든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숲이 없는 길은 그늘도 없어 햇볕이 따갑지만 반면 월출산의 불꽃을 뿜는 듯한 암봉들을 볼 수 있어 그 또한 매력이다.

기체육공원과 계곡 위로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 절반쯤 갔을까? 적송 군락지가 펼쳐졌다. 남부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적송이다. 한두 그루가 아니고 군락을 이루고 있다. 키가 쭉쭉 뻗은 걸로 봐서는 수령도 수십 년 된 듯하다. 뭔가 사연이 있을 법했지만 어디에도 그런 안내가 없어 아쉽다. 전문가의 설명이 곁들여진 안내판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월출산의 기를 받은 기찬묏길에서만 생육할 수 있는 적송 군락이라든지 하는 등의 그럴 듯한 설명이 가능할 텐데.

다시 작은 돌길, 나무 데크, 흙길 등을 지나 사거리가 나왔다. 영암실내체육관이 바로 옆에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산성재 방향으로 월출산으로 등산하는 코스도 있다. 그러나 정상 1㎞ 부근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통제한다고 안내판에 설명돼 있다. 기찬랜드까지는 1.4㎞ 남았다.

잘 손질된 몇 개의 무덤과 향나무, 참나무가 가로수처럼 늘어진 길을 지나니 돌고래바위가 나왔다. 꼭 돌고래같이 생겼다. 눈 위치엔 정확히 눈이 표시돼 있다. 인공으로 만든 게 아니면서도 참 절묘하다. 마치 돌고래가 고개를 쳐들고 월출산의 기를 많이 받았는지 묻는 것 같다.

▲ (좌) 탐방객이 흙으로 조성된 기찬묏길을 따라 걷고 있다. (우) 군데군데 쉼터에는 의자와 함께 시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곧바로 마지막 쉼터와 정자를 지나니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기찬랜드가 나왔다. 현재 개통된 1구간 기찬묏길의 끝부분에 있다. 

기찬랜드 옆으로 기찬묏길은 계속된다. 수영장뿐만 아니라 주변 숲속도 인산인해다. 수영장은 ‘사람 반 물 반’이고, 주변 숲은 ‘사람 반 나무 반’이다. 기찬랜드에서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기찬묏길을 따라 올라갔다.

전망대 같은 조그만 쉼터 앞에 앉기 좋은 너럭바위가 떡하니 놓여 있었다. ‘깨금바위’다. 가야금 산조를 창악한 김창조 선생이 이 바위에서 가야금을 즐겨 연주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야금을 깨친 바위란 뜻인가. 노을 진 월출산 자락 깨금바위에서 가야금을 타면서 두둥실 떠오르는 달과 음률을 상상해보라. 계곡에 비친 그 모습과 울려 퍼지는 음률에 학이 그냥 날아와서 춤출 것만 같다. 잠시 꿈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그래서 월출산, 가야금과 ‘영암아리랑’은 불가분의 관계인가.

기찬묏길 1구간의 끝이 이제 불과 200m 남짓 남았다. 올라가는 중간에 커다란 정자가 있다. 이미 한 가족이 점령해 있다. 몇 십 미터 더 올라가면 ‘출입금지’란 푯말이 있다. 이 위로는 해발 100m 이상으로 월출산국립공원 구역이다. 바로 앞에는 높이 40m 이상 되는 용추폭포가 흘러내린다. 기찬랜드의 수원(水源)이기도 하다. 구름과 안개가 자욱한 날 이곳을 찾으면 용이 승천하는 듯한 신비로운 광경이 연출된다고 한다. 월출산 12경 중 하나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시의 감성’이라면, 용과 계곡과 바위와 달은 ‘월출산의 기성(氣性)’이다. 월출산에 가면 그냥 기를 막 받을 것 같다. 그 기를 전국에 팔기 위해서 영암군이 나섰다. 손에 쥐어 줄 수는 없다. 직접 가서 체험해봐야 한다. 그 길이 월출산 둘레길인 ‘기찬묏길’이다. 화승조천의 지세와 화체의 산, 월출산을 바라보며 걸으면서 힘찬 기를 한번 느껴보는 게 어떨까? 늦여름과 초가을에 말이다. 그래야 올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 것 같다.
[걷기 새 코스] 월출산 ‘기찬묏길’에서 氣 채우세요!
1구간 5.5㎞ 개방…풍수지리에서 가장 기 센 지역으로 꼽아

영암 ‘기찬묏길’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도로로 갈 경우 광주 산월IC에서 무안-광주고속도로 제2 순환로로 가다 유덕IC에서 나주 방면으로 간다. 이어 13번 국도로 옮겨 타고 영암방면으로 계속 달리면 된다. 영암에 도착해서는 13번 국도에서 왕복 4차선 819번 지방도로 바꿔 타야 한다. 기찬랜드는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에서 해남 방향으로 10분 거리에 있다. 곧장 가다 좌회전하면 500대 가량 주차할 수 있는 기찬랜드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은 엄청 넓다.

반면 천황사~탑동약수터까지 길이 아직 조성되지 않아 탑동약수터에서 출발한다면 주차 사정이 어렵다. 탑동삼거리는 13번 국도에서 819번 국도로 바꿔 타다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이 나오면 바로 좌회전하면 된다. 100m쯤 가서 농로를 포장한 것 같은 왕복 1차로의 좁은 길로 5분 정도 가면 탑동소공원이 나온다. 공원이라기보다 쉼터에 가깝다. 주차는 5대 정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천황사에서 이곳까지 1.2㎞ 길이 정비되지 않아 현재 출발지에 해당된다.


▲ 월출산 기찬뫼길 개념도

기찬랜드란
월출산 계곡서 흐르는 맥반석 천연 암반수 모아 조성한 워터피아


▲ 월출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막아 수영장을 만든 기찬랜드엔 여름 두 달 동안 35만여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려 피서를 즐긴다.
기찬랜드는 월출산 천황봉 자락 맥반석에서 나오는 기(氣)와 계곡으로 흐르는 청정 자연수를 활용해 조성한 전남의 대표적 워터피아다. 영암군이 태풍 매미 이후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방사업을 하면서 총 6만7000㎡의 부지에 산림욕장과 5개의 수영장을 만들었다.

현 김일태 군수가 아까운 계곡물을 그냥 흘려보내느니 수영장을 조성해 사람들이 피서를 즐기도록 했다. 수심에 따라 어른용, 어린이용, 가족용으로 나눴다. 수영장엔 계곡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이 그대로 보인다. 월출산 맥반석에서 솟아나는 일종의 천연 암반수이며 노천 수영장인 셈이다.

5개의 수영장과 다리엔 영암 출신 명사들의 이름을 각각 붙였다. 특히 바둑으로 국위를 선양한 조훈현 국수를 기념하기 위해 다리 이름을 국수교라 하고, 바로 밑 수영장엔 대형 기보를 바닥에 새겨 물놀이를 하면서도 이색적인 느낌을 받도록 했다. 100년 전 가야금 산조를 창시한 악성 김창조 선생을 기리기 위해 가야금 공원, 해병대로서 유일한 4성 장군인 강기천 전 사령관 등을 기리는 사성교 등도 만들었다.

지난 7월 11일엔 장맛비 속에서도 1000여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즐겼다. 개방은 7~8월 두 달간이다. 지난해 두 달간 찾은 관광객이 34만여 명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인산인해’다. 올해도 지난해 이상으로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영암군청관계자는 밝혔다.

영암군청 이선규 계장은 “사계절 몰리는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9~10월 수학여행 시즌에 맞춰 학생연수시설도 지을 계획”이라며 “그렇게 되면 주변 상권과 주민들의 경제상황도 크게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일태 영암군수 인터뷰
“철철 넘치는 영암의 氣, 와서 느껴보세요”


▲ 김일태 군수가 영암군수실에서 영암군의 걷기 코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영암은 앞으로 발전할 일밖에 없습니다.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된 대불공단으로 일자리가 계속 늘어나고, 내년 10월엔 F1포뮬러 경기장까지 들어섭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장으로 명성을 떨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의 영암이 아닌 세계 속의 영암이 됩니다. 자동차 경주는 서구에서 훨씬 인기가 있습니다. 이를 관광과 접목시키고, 영암의 특화상품인 기(氣)와 연결시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월출산 기찬묏길을 기획 조성한 김일태(金逸太·65) 영암군수는 요즘도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직접 차를 몰고 그날 관련 업무가 있는 읍면을 둘러본다. 내려서 주민들의 얘기도 듣고 사정을 살핀다. 7시30분까지 귀가해서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한다. 출근해서도 쉴 틈이 없다. 주민들과 일일이 부딪치며 고충을 듣고 실질적인 문제점을 파악하려 애쓴다. 하루 6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제가 영암번영회장으로 있을 때인 1988년 월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습니다. 월출산의 기는 무속인들에게는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신활력사업의 주테마도 기로 정했습니다. 기찬묏길, 기찬랜드도 다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겁니다. 맥반석에서 흘러나온 물과 황토에서 기른 농작물은 기가 철철 넘쳐흐릅니다. 앞으로 영암 농산물까지 기특산물이 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영암에 와서 월출산에서 나오는 기와 농산물 등 음식의 기까지 한번 느껴보세요.”

김 군수의 불철주야 노력으로 영암은 농촌지역에서 인구가 늘고 있는 전국의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가 됐다. 인기가 있으면 지지도도 올라가게 마련. 전남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기조사에서 김 군수가 44.6%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가 10%대이고, 3위는 6%대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도 안 된다.

그가 할 일은 아직 남아 있다. 기찬묏길을 완성하고, 기찬랜드를 전국 내륙지방의 최고 피서지로 만들며, 월출산 사자봉 아래 사자저수지를 수상뮤지컬 공연장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말로만 살기 좋은 영암이 아니라 아예 ‘전 영암의 공원화’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목포와 해남으로 가는 관광객이 지나치는 관광지가 아니라 가다가 ‘이런 곳도 있었나’라고 할 정도로 머물게 하겠다는 거다. “앞으로 영암을 주목하라” 김 군수의 말이다.


/ 글 박정원 차장 
  사진 이구희 기자
출처-월간산
출처 : 땅끝웰빙(땅끝양파즙 )
글쓴이 : 해남 민간외교관 김은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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